- 오이타현(大分県) 사이키시(佐伯市)의 앞바다에 있는 오뉴지마(大入島)는 68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낙도다.
그곳에 작년부터 어떠한 이유로 연간 약 300명의 한국인이 찾게 됐다. [(그들의) 모국어로 대접하고 싶다. 소소하지만,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다] 정치상의 일한(日韓)관계 악화라니, 어딘가 부는 풍문일 뿐. 주민 수십 명이 한 달에 두 번씩 마을회관에 모여 실천적인 대화 연습에 힘쓰고 있다.
<규슈, 오이타현 사이키시 근해에 있는 오뉴지마>
▼한국인 관광객 급증에 처음엔 당황
[외국인이 찾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는 오뉴지마에 관광객이 급증한 계기는 사실, 한국의 제주도에서 시작된 트레킹 코스 [올레길]이다. 지난해 3월 규슈 관광 추진 기구(후쿠오카시)가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를 개설한 뒤 단체 손님을 중심으로 한국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당황한 것은 섬 주민 쪽이었다. [말을 걸고 싶어도 걸 수 없었다. '고마워요', '안녕하세요'의 간단한 말도 좋으니 배우고 싶다] 모처럼 섬을 찾아와주어서 직접 말을 나누고 싶은데, 말을 못하는 답답함이 섬사람들 속에서 쌓이고 있었다.
이때 섬마을 사람들 앞에 나타난 사람이 아라가네 다이스케 경사(41)였다. 올해 3월, 올레길 행사를 도우러 왔던 아라가네 씨가 물을 마시는 컵을 찾던 한국인에게 유창한 말로 대응하는 모습을 우연히 섬 주민이 목격했다.
그리고 아라가네 씨가 섬 파출소에 부임한 것을 알게 된 자치회의 부구청장 시모카와 마스미 씨(77)가 직접 사에키 경찰서에 가서 [파출소 순경]의 한국어 강좌의 개설을 부탁했다. 서는 두 가지 답변으로 승낙.
[도움이 된다면 부디, 모처럼의 기회이기 때문에 범죄피해방지 호소 자리에도] 담당 부서는 도민의 뜨거운 마음에 화답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아라가네 다이스케 순경부장(경사)>
▼[강점]으로 시작한 한국어가 섬사람과의 유대에
아라가네 씨는 국제범죄수사의 연수 연구 등을 실시하는 [국제경찰센터(도쿄)]에서 2009년부터 2년간 한국어를 배웠다.
[뭔가 장점이 필요]라는 것이 공부의 이유였지만, 당시 이미 32세. 수업을 듣던 사람들은 거의 20대였다.
[흡수력이 다르고, 힘든 시기는 있었다. 그래도 (국민의) 세금을 써서 공부를 받고 있으니 어떻게든 습득해야지]라고 자신을 고무하며 국제경찰센터를 졸업했다.
오이타현경에 돌아온 후에는 문서의 번역을 하거나, 자동차 운전 규칙을 한국어로 설명하거나 하는 등 다양한 공무에 공헌해 왔다. [말하는 데 있어서 (그 나라의) 배경지식도 이해하고 싶다]며 한국의 역사나 문화에도 정통하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배우는 이병헌 씨다.
올해 6월 하순, 섬의 마을회관에서 첫 번째 수업이 열렸다. [정중하게 잘 가르쳐 주었다]며 호평을 받았고 현재는 월 2회 평일 오후 1시간씩 한국어 교습을 하고있다.
교재는 아라가네 씨가 직접 만들었으며, 7월 중순 2번째 수업에서는 31~90세 남녀 25명이 모였다.
▼경사가 한국어 강사를 맡은 이유
['이름'은 '名前(나마에)'라는 뜻이에요] 아라가네 씨가 단어의 뜻을 전한다. 이번에는 주민 두 명이 한 조씩 [이름은요? (名前は?, 나마에와?)], [이름은 무엇입니까? (名前は何ですか?, 나마에와 난데스까?)]라는 대화문을 복창한다.
아라가네 씨가 한국어 강좌를 맡은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섬사람들이 열심히 한국어를 말하려고 하는 자세를 보고 [찾은 외국인이 이곳을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이 되어줬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하나이다.
또 하나는, 한국어를 공부해 나가는 가운데 섬사람들이 일치단결해 나갈 수 있다면 교통안전이나 섬 전체의 안전으로 직결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현재의 목표는 10월에 열리는 대규모 올레길 행사에서 한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을 한국어를 사용하며 대접함으로써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페리를 타고 일부러 사에키 경찰서까지 한국어 강좌 개설을 부탁하러 갔던 시모카와 씨 일행. 기대에 부응, 1~2주 전부터 교재 준비에 전념한 아라가네 경사.
관광객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전해져 와 감명받았다. 수업 중에는 온갖 얘기가 그치지 않아 아라가네 씨가 곤란해지는 장면도 있었지만, 섬 주민의 공부에 임하는 자세는 진지 그 자체. 이 방안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것을 보도한다면, 모두가 그런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상황이 나아지는 데는 언론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일한관계 악화에 대해서 오이타현에 일하는 한국인 친구가 한 말이 마음에 남는다.
20대의 나는 서로의 문화를 선호하는 현세대의 일본인 한국인을 많이 만나 왔다.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에 매료된 한 사람으로서 [민간 교류는 원활히 되는데...]라는 늘 안타까움을 안고 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부디 퍼졌으면 좋겠다. 장래의 밝은 관계 형성을 위해, 오뉴지마와 같은 선의로 넘치는 행동이 늘어나길 바라며,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하는 취재이기도 했다(교도통신=시나가와 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