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구하라 씨의 빈소를 방문한 팬들>
[11월26일(화), 한겨레 일본어판]
[포털 사이트·SNS 등 업체의 자정 작업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늘면서 대응 곤란 '범죄 인식'을 가지게 하는 처벌 강화가 시급]
- 가수 설리에 이어 구하라까지, 연예인들이 잇달아 목숨을 끊자 악플에 대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두 사람이 평소 악성 댓글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고 왔다는 점에서 세상을 떠난 것은 악플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 중견 배우는 통화에서 [불특정 다수가 매일 자신을 싫어한다고 욕하는데 누가 견딜 수 있겠느냐?]며 [악플 하나라도 달면 신경 쓰이는 것]이라고 악플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2000년 이후, 안타깝게도 목숨을 끊은 연예인은 약 40명에 달한다. 과거는 생활고 등의 이유가 많았다면 인터넷 문화가 활발하게 된 뒤 악플이 마음을 상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다. 최진실(2008년)을 비롯해 유니(2007년), 설리 등이 악플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으면서, [악플의 온상]이라 불리는 포털 사이트도 자정 작업에 나서고 있기는 하다. 카카오 다음은 설리의 죽음을 계기로 예능 기사의 댓글 기능을 폐지했다. 반면, 네이버는 [클린봇]으로 불쾌한 욕설이 포함된 댓글을 자동으로 숨기는 필터링을 강화했을 뿐 비판에도 불구하고 댓글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털보다는 SNS로 팬들과 소통하는 연예인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악플의 중심은 SNS로 옮겨졌다. 실제로 구하라의 SNS에는 사망 5시간 전에도 악플이 올라왔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포털의 댓글은 연예사가 자체적으로 보지 말라고 주문할 수 있지만, SNS에 올라오는 댓글은 보지 말라고 할 수 없다. 실시간 영상으로 팬들과 소통하기도 하나 그런 상황에서 올라오는 댓글은 대처할 수 없다며 SNS 댓글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트위터가 캐나다, 미국, 일본에서 시범 적용한 [댓글 숨기기] 기능을 전 세계에 확대 적용하는 것을 25일 밝히는 등 SNS 업계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예전에는 악플을 지우려면 글 전체를 내려야 했지만, 댓글을 숨기는 기능을 이용하면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악플을 숨기는 처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정 노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처벌 강화 등 법적·제도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악플을 쓰는 사람을 체포해도 주로 벌금형 등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악플은 근절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손연재(전 리듬 체조 선수)를 비방하는 악성 댓글을 단 30대는 벌금 30만 원의 처벌에 그쳤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매니저는 [잡아도 미안하다고 하면 강하게 비난하지 못하게 되거나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그대로 선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예매니지먼트협회 손성민 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금지어를 많이 만드는 등 인터넷상의 악플 방지법을 만들어 처벌을 강화하고 이것이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법·제도 보완을 위해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08년 10월, 배우 최진실이 목숨을 끊은 뒤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한 [최진실 법] 도입이 진행됐으나 인터넷 회사와 정계 등이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들면서 실현되지 않았다.
아이돌 출신의 한 연예인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다시 인터넷 실명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악플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사이 우리 친구들은 세상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