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0일(土), 주간문춘 온라인]
[TV의 MC라든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출연이라든지 라디오 DJ도 흥미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더 일본어를 잘해야...]
- 그때 그녀의 그 말에 거짓은 없었다고 믿고 싶다...
한국 아이돌 그룹 KARA(카라)의 전 멤버, 구하라 씨가 11월 24일 서울 시내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거실 테이블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손으로 쓴 메모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향년 28세.
그녀는 2016년 KARA 활동 정지 후, 옛 애인에 대한 폭행 의혹이나 그 후 자신이 밝힌 상대 남성의 리벤지 포르노의 협박 사건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었다. 또, 올해 5월에는 자택에서 의식 불명이 되어 매니저에 발견되는 사건도 전해졌다.
하지만, 그러한 트러블을 극복하고 6월부터 일본에 거점을 옮겨 솔로 가수로서 다시 시작. 11월 14일~19일은 도쿄·오사카 등 전국 4대 도시 순회 콘서트를 감행했다. 그리고 투어 종료 후 [볼일이 있다]며 한국에 돌아온 직후에 갑작스러운 비보가 온 것이었다.
앞으로의 글은 하라 씨가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보낸 날 중 공교롭게도 두 차례 그녀를 취재할 기회를 얻은 기자의 회상이다.
[선샤인시티에서 열린 토크쇼]
11월 8일, 하라 씨(당시의 예명은 HARA)의 일본활동 재시동 제1탄 싱글 [Midnight Queen]의 발매를 기념해 도쿄 이케부쿠로의 선샤인시티에서 토크쇼가 열렸다. 그녀가 일본으로 거점을 옮긴 이후, 처음이 되는 팬 대상 이벤트였다. 나는 한 매체로부터의 의뢰로 이 행사를 취재하고 있었다.
토크쇼는 사회를 보는 여성과의 질의·응답이라는 형태로 진행했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오늘 정말 기뻐요]
예전부터 하라 씨의 팬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녀의 일본어는 꽤 유창하다. 세세한 말투가 어색할 수는 있어도 듣거나 말하면서 일본어로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 청산유수의 느낌은 아니지만, 머릿속에서 말을 단단히 조립하여 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날도 행사장에 몰려든 팬들에게
[여러분을 만나고 싶었는데 한동안 만나지 못해서, 오늘 정말 기뻐요]
라는 인사로 시작하여, 재출발 즈음해 일본에서 실현시키고 싶은 것을 묻자,
[언젠가 돔 투어를 해보고 싶네요]
[TV의 MC라든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의 출연이라든지 라디오 DJ에도 흥미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더욱 일본어를 잘해야 한다고] 밝게 포부를 말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일본 음식을 물었을 때 [나카우(なか卯)의 돼지김치정식(나카우 (なか卯), 일본 음식은 아니지만...)] 과 [마츠야(松屋)]나 [스키야(すき家)]의 규동을 고른 것에서 일본에서의 꾸밈없는 삶이 엿보인 흐뭇한 장면이기도 했다.
[하이터치회(ハイタッチ会)에는 긴 줄이]
물론 이 이벤트에서는 그녀의 신곡 Midnight Queen이 뮤직비디오 영상과 함께 방송되었다. 카라의 일본 데뷔 싱글 [미스터] 제작진이 재결집해 제작한 것이다. 심지어 커플링 곡인 [Hello]에서는 그녀 자신도 일본어 작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저를 기다려준 일본 팬들을 향한 마음을 담아, '다녀왔습니다'라는 가사를 넣었습니다]
토크쇼에 이어 열린 하이터치회는 Midnight Queen CD를 구매한 팬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는데, 그녀 앞에는 복귀를 학수고대한 팬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그뿐만 아니라 1층 행사장에서 보면 위층으로 북적거리는 쇼핑객도 난간 너머로 이 행사를 기웃거리고 있다.
그런 성황을 보면서, 나는 행사 시작 전에 명함 교환을 했던 여성과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새롭게 일본에서 하라 씨의 소속사가 된 프로덕션 오기(プロダクション尾木)의 이사 겸 치프 매니저로 이시자카 코지(石坂浩二, 1941~), 미타 요시코(三田佳子 1941~), 나카마 유키에(仲間 由紀恵 1979~)라는 빅네임이 재적하고, 그룹 회사에는 전 AKB의 다카하시 미나미(高橋 みなみ, 1991~), 와타나베 마유(渡辺 麻友 1994~) 등도 소속된 사무소.
그 이사가 막 가입한 가수의 토크쇼 행사에 일부러 입회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의외의 대답, '그럼, HARA는 어때요?']
프리랜서인 나는 주간문춘의 권말연재(おいしい! 私の取り寄せ便)도 담당했었는데, 각계 저명인사에게 마음에 드는 통신 판매 식품을 소개해야 하는 연재의 다음 입고분의 인물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마감도 다가와 있던 그 와중에, 수석 매니저의 명함 뒤에 적힌 소속 탤런트 일람을 슬쩍 살펴보니 나름의 지명도가 있으면서(실례입니다만) 오퍼를 내면 그다지 날짜를 두지 않고 취재에 응해 줄 것 같은 남성 탤런트의 이름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치프 매니저에게 이쪽 사정을 말했고, 만약 그 남자 탤런트에게 마음에 드는 주문품이 있으면 가능한 한 직접 인터뷰가 가능한지 아닌지를 물어본 것이다.
그런데 치프매니저에게서 돌아온 말은 의외의 것이었다.
[그럼, HARA는 어때요?]
그런 일이 가능한가? 아니, 그 이전에 전 카라였으니 주된 팬은 젊은 여성일 터. 주간문춘의 중심 독자인 중년 이상의 남성을 향한 [나의 주문 편]에 등장하는 건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아니요, HARA의 팬 중에는 그런 층의 분들도 많아요]
['어서 와~' 라며 자꾸 성원을 보내는 팬들의 모습]
확실히 하이파이브를 기다리는 줄을 보면 30대 이상 남성의 모습도 드물지 않다. 오히려 생각해보니, 토크쇼에서 [어서 와] 등으로 자꾸 하라 씨에게 성원을 보낸 것은 말하는 방식이 나빠 보이나... 모두 아재들이었다.
그렇다면 잘됐다. 게다가 저 페이지에 한류 여성 아이돌이 등장하면 의외성도 있어 중년 남성 이외의 독자들의 눈도 끌린다.
그러나 한가지, 우려가 있다.
[그런데 다음 주부터 전국투어가 시작되는거죠? 바쁘신 와중에 시간 좀 내 주실 수 있나요?]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이 대답에, 사무소의 남다른 하라 씨를 향한 힘의 쓰임새와 큰 기대를 느꼈다. 독자가 많은 주간문춘으로 이름과 코멘트만이라도 먼저 드러냄으로써 그녀의 재시동을 제대로 스타트 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 곧바로 주간문춘 편집부와 연락을 취했고 하라 씨에게의 오퍼 승낙을 받았다.
[리허설 때 모습대로 나타난 하라 씨]
이틀 후, 그녀의 매니저로부터 일본에서 즐겨 사는 상품이 알려졌다. 밥에 비벼 먹고 있는 메이디야(明治屋)의 통조림 [프리미엄 콘비프], 니가타의 작은 업체가 만드는 [연어 오차즈케], 한국의 [농협 산 김치] 3점이었다.
이 중 김치는 구입 희망자가 제조원에 직접 문의할 수 없으므로 우선 후보에서 빠졌고 남은 2점을 편집부에서 검토한 결과, 연어 오차즈케를 소개하게 됐다. 이어 매니저와의 협상을 거쳐서, 인터뷰는 11월 19일 오후 1시 30분으로 정해졌다. 하라 씨의 전국 4대 도시 투어의 마지막 날, Zepp Tokyo 공연 주간부의 막이 오르기 직전에 응하겠다고 하였다.
인터뷰 당일 Zepp Tokyo에 도착하니, 개장 1시간 이상 전부터 극성 팬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토크쇼 때와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아재들도 볼 수 있었다.
취재용 대기실에 안내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라 씨가 나타났다. 리허설 때 모습 그대로, 헐렁한 검정 티셔츠에 청바지, 검정 롱부츠. 그냥 바로 Zepp밖 오다이바 부근을 걸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는 심플한 복장이었다.
취재 취지는 미리 전달된 것 같아서, 쓸데없는 설명이 필요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연어 오차즈케와의 만남 '벌써 너무 좋아져서']
그녀가 연어 오차즈케를 접한 것은 KARA로 방일한 9년 전, 호텔 조식이었다. 한국에서도 연어는 친숙한 생선이나 차에 절이는 문화가 없어 처음 먹었을 때 한 번에 마음에 들었다. 이후, 일본에 있을 때는 자주 먹게 되었고 직접 재료를 사서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고기보다 생선을 더 적극적으로 먹으려는 자신의 컨디션 관리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Q: 이번에 소개해준 메이커의 상품을 알게 된 계기는?
[일본에 요리 공부하러 와있는 한국인 친구가 있어요. 그녀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고 있었고, 올해 봄에 '이거 추천할께'라며 병에 든 연어 오차즈케를 주었습니다. 먹어보니 여러 가지를 써온 다른 것과는 좀 다른 데요. 음.... 연어 그 자체의 맛을 엄청나게 느꼈습니다. 이미 너무 좋아져서 계속 이걸 주문하고 있어요]
그녀의 혀는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추천하는 연어 오차즈케는 화학조미료(아미노산)나 착색료, 보존료 같은 여분의 첨가물은 일절 사용하지 않고 소금으로만 조미하고 있어야 한다. 어쩌면 요리를 잘 아는 그 친구로부터 배운 지혜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입에 담을 수 있는 대사이다.
그녀는 어쨌든, 밥을 아주 좋아하고 첫 만남 때의 각인에 의한 것인지 찻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은 거의 아침마다 일주일에 1번은 반드시 만들겠다며, 연어와 함께 매실 장아찌도 뜨거운 밥에 올려 차를 부어 파와 김을 뿌린다. 거기에다 김치까지 있으면 다른 아무것도 필요 없다며 행복해하는 눈을 하고 있었다.
한 끼 오차즈케로, 한병의 반 정도 연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나머지 절반은 며칠 후, 연어 밥을 만드는 데 써 1주일에 한 병 동난다.
[그래서 일본 숙소 주방에는, 몇 병씩 놓여 있어요]
스마트폰으로 [연어밥]을 만드는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직접 연어밥 하는 모습의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간 쌀과 찻잔용 연어가 들어간 토기 냄비를 불에 올려 밥 다진 곳에 다진 세 잎과 가지 콩을 첨가하고, 주걱을 사용해 익숙한 손놀림으로 살짝 저어 밥공기에 담그자, 일본 선술집에서 내놔도 인기 메뉴가 될 법한 솜씨였다.
[엄청나게 맛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저 한순간 보여준 '어?' 라는 표정]
이제 들어야 할 것은 다 들었다. 인터뷰 시간은 이제 30분이 되려 한다. 라이브의 공연도 다가오고 있고, 이제 끝내야겠다 싶어서 [그럼,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예를 갖춰서 말하며 취재를 종료하려고 했다.
그러자 불과 한순간의 일이었지만 그녀가 [어?]라는 표정을 보인 것이다.
혹시 그녀는 과거의 트러블에 관해 물어보는 것도 각오하고 있었던 건가? 그건 사전 신청대로, 음식에 관한 질문밖에 하지 않아서 [정말 이것만으로 괜찮나요?] 라고 놀란 것일까?
혹은 일본에서의, 앞으로의 자신을 아직 말하고 싶었는지. [나에 대한 걸 더 알고 싶지 않은 건가요?] 라는 마음의 목소리가 문득 얼굴에 나온 것인지?
이제는 그 표정에 담겼던 의미를 알 수 없다.
[구하라 씨 '마지막 단독 인터뷰'에..]
Zepp Tokyo에서의 취재에서 5일 후, 퇴근길 역의 플랫폼에서 품에 넣어뒀던 스마트폰이 그녀의 소식을 전했다.
다음날 치프 매니저에게 위로의 연락을 했을 때 알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일본에서 마지막으로 그녀를 단독 인터뷰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하라 씨를 둘러싸고 죽음의 진상을 찾으려는 기사가 앞으로 계속 나올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고, 그녀의 일본에서 마지막 나날의 모습을 적어두는 것이 적어도 하라 씨에게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지금 이 시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