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12] 일한결전(日韓決戦)을 사무라이 재팬이 누르며 대단원을 맞이하다.
이 대회를 야구 중흥의 계기로>
[11월 18일(월), 아사 사토시 (야구 기자)]
- 야구의 국제 대회, 프리미어 12는 이틀 밤 연속된 일한전을 사무라이 재팬이 누르고 피날레를 장식했다. 일본은 지난 대회의 한을 푸고, 2회 WBC에서 역시 한국을 꺾고 우승한 이후로 프로 주체의 국제대회에서 10년 만의 [세계 최고]에 올랐다.
[대단원의 일한전]
메이저 리거가 못 나오는 이 대회는 많은 경기에서 빈자리가 많거나, 마지막 일한전이 연속으로 시행되고, 특히 15일 경기가 [번외 경기]가 되어 버린 등 다양한 비판이 있었지만, 국제 야구 대회에서 주인 이외의 대전에 빈자리가 눈에 띄는 것은 WBC도 마찬가지다.
또한 번외경기에 관해서도 토너먼트 방식으로라도 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나와버리는 문제이며 어느 정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15일 경기에 관해서는 이긴 쪽이 다음날의 경기 후공(연장이 타이 브레이크 시스템 방식인 이 대회에서 후공의 장점은 매우 크다)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원래, 슈퍼라운드 이후로 일본은 모두 후공이었으나 이러한 개최국에 너무나도 우세한 스케쥴은 대회의 정당성을 스스로 깎아내리게 되므로 그만둬야 한다.
현재의 매우 험악한 양국 관계이면서도 한국 선수들의 입장 때나 좋은 플레이에 대해 일한전 스탠드에서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왔고 스포츠를 통한 친선이라는 국제대회의 의의를 느끼는 장면이 많이 있었다. 일부 보도에서는 양국 간의 현안사항인 욱일기가 스탠드에 있었다는 것을 다룬 기사가 있었으나(참고로 스탠드에서 욱일기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해당 기사를 본 나의 솔직한 소감은 '잘도 찾아냈구나'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일본 팬들도 결승에는 많이 몰려들었던 한국 팬들도 이제 세계 최고봉의 싸움이라고 말하며 일한전을 즐기고 있었다.
어쨌든 사무라이 재팬이 결승까지 올라 그 결승 상대가 [영원한 라이벌]인 한국이었던 것으로, 이번 대회도 대단원을 맞았다고 해도 좋다. 왜냐하면 MLB의 협력을 얻지 못하는 이 대회에서 일본이 일찌감치 패퇴하는 것은 관중 동원, TV 방송 등을 생각하면 대회 존속과 관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에 그렇게 되면, [메이저 리그 제일주의]라는 야구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계속되어 머지않아 야구 자체의 쇠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프리미어 12를 세계 야구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이 대회의 관객 동원에 관해서는 초반의 일본전을 포함해 부족함이 지적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때 비교 대상이 된 것이 축구와 럭비 월드컵이었지만,
이들과 야구를 직접 비교하며 프리미어 12가 실패라는 것으론 보지 않는다.
럭비 월드컵같이 애초에 일본이 세계 최고라는 것이 아닌, 일본전 이외의 경기 대부분이 세계 강호끼리의 대결이라는 것은 일본에서 꽤 못 보는 경기이지만, MLB 40명 정원의 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이번 대회에서는 최고 수준의 일본전 이외에 싱거운 감이 있는데 그렇다면 이런 대회 따위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올지도 모르지만, 야구가 진정한 글로벌 스포츠로 성장하기 위해서 이 대회는 꼭 필요할 것이다.
이 대회를 통해서, 각국의 프로 리그의 레벨이 높아져 일한 양국의 자리를 위협하게 된다면 개최국 이외의 경기에도 팬들의 시선이 가게 될 것이다.
또, 이 대회에 관해서 메이저리거가 출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심도가 부족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던 해설자가 있었지만, 그야말로 잘 모르는 소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메이저리거를 참가시키지 않은 것은 MLB이지 각국의 야구 연맹인 리그가 아니다. 애초에 출전하고 있는 선수는, [세계 제일]을 목표로 진지하게 플레이하고 있으며 해당 발언이야말로 [메이저 리그 제일주의]에 의한 편견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업보 아닌가?
그 참가국들의 진정성은 3위 결정전에 집약되어 있었다.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는 어떤 면에서 일본과 한국을 닮았다. 멕시코는 건국 이래 역사에서 영토 대부분을 미국에 빼앗겼고, 오랫동안 정치적 경제적으로 그 종속하에 놓여 있었다. 멕시코인들이 북쪽의 대국에 품는 감정은 복잡한 것이다. 또한, 미국에는 멕시코에 뿌리를 둔 주민이 다수 있으며 그 역사 때문에 그들은 [미국 시민]임에도 [멕시칸]의 정체성을 계속 간직하고 있다. 이번 대회 멕시코 대표팀에도 그런 멕시코계 미국인들이 여럿 있었다.
결승전에 앞선 경기라 만 명도 채 안 되는 관객밖에 찾지 않았지만, 150킬로대의 속구를 던지는 투수와 앉은 채 송구로 도루를 찌르는 마이너의 유망주를 모은 미국에 멕시칸 리그 선수 위주의 멕시코가 승리한 이 경기가 볼만하다는 점에서는 이번 대회의 베스트 게임 일지도 모른다.
이 대회, [타도 일본]이 각국 대표의 목표였음이 틀림없다. 사무라이 재팬과 상견된 세계의 강호들은 MLB 이외에 수준 높은 본보기의 야구가 있다는 것을 통감하고 앞으로 자국 야구의 발전을 위할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지난 4위에서 3위로 순위를 올려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결정한 멕시코이다.
프로리그와 야구 연맹의 손발이 맞지 않아 멤버 소집에도 고생했지만, 이 4년 멕시코는 톱 리그, 멕시칸 리그와 야구 연맹이 2인 3각으로 내셔널 팀의 [거국일치 체제]를 갖추었다. 그 과정에서 2016년 가을과 올해 봄 사무라이 재팬과의 평가전을 벌였다. 이 움직임은 그동안 톱 리그가 MLB 산하 트리플A 리그라는 취급을 받아 온 멕시코의 [야구독립] 첫 번째 걸음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멕시코가 국내 리그, 멕시칸 리그의 선수들을 중심으로 멤버를 구성하여 미래의 메이저리거들이 모인 미국을 꺾은 것은 큰 자신감이 되었을 것이다.
또, 일본 팬들의 성원은 각국의 선수, 관계자에게 세계에 [또 하나의 메이저리그]가 있음을 알렸다. 이 대회의 주최자인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의 기자 Riccardo Schiroli는 일한전의 응원석을 보고 모국 이탈리아의 축구팬 이상의 열광이라며 일본에서의 야구열을 극찬하고 있다.
사무라이 재팬의 치밀한 플레이에 열성 팬의 존재는 넷을 통해서 참가국 야구팬에게 전해지고 있다. 반대로 타국의 파워와 스피드 넘치는 플레이에 일본 야구계도 배울 점은 있을 것이다. 향후 야구가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야구의 재미를 온 세상에 전하고 각국이 플레이 레벨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
즉, 이 대회를 한층 더 북돋워 가기 위해서는 일본이 우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만, 그때까지는 플레이, 대회 운영 면에서 일본이 리더적인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소문으로는, 북미에서 MLB의 번영에도 그늘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의 글로벌 번영에 한쪽만의 집중은 있을 수 없다. 야구의 지속적 발전에는 다극화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일정한 조건부일지라도 메이저 리그 선수의 참가도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그때까지는 일본이 리더십을 발휘해 이 대회를 선도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나바 감독과 사무라이 재팬, 그리고 세계 최고 레벨의 게임을 보여준 한국대표팀에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