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 <11월 27일> 1986년 11월 27일 - <일본 공산당 간부 자택 도청사건>

---

- 일본 공산당 간부 자택 도청 사건(日本共産党幹部宅盗聴事件)은 1985년부터 1986년까지 당시 일본 공산당 국제부장인 오가타 야스오(緒方 靖夫, 1947~) 집의 전화가 공안경찰관에 의해 도청된 사건이다.

공안경찰(公安警察)의 존재가 주목을 받았고, 검찰의 수사 합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또 경찰의 조직적 범행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

[사건 경위]

1986년 11월 27일, 도쿄도 마치다시에 있는 일본 공산당 국제부장, 오가타 야스오 집의 전화가 도청된 것이 발각된다. 통화 중에 생기는 잡음과 음질 저하에 의심을 한 오가타가 일본전신전화(NTT) 마치다 전화국에 통보, 직원이 조사해보니 집에서 100ｍ 떨어진 아파트에 도청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신고를 받은 경시청 마치다 경찰서는 수사 거부. NTT에 의한 고발도 한번 수리를 거부한 뒤, 29일에 수리하고 12월 1일 현장조사를 실시했다^[각주:1].

한편 도쿄지방검찰청은 11월 28일 오가타의 고발을 접수한다. 공안경찰과의 관계를 우려해, 지검 공안부가 아닌 특수부로 수사가 시작되었고 곧 가나가와현 경찰 경비부 공안1과 소속 다수의 경찰관이 1985년 여름부터 도청한 사실을 알아냈다. 또, 수사과정에서 공안경찰에 의한 각종 비합법적 공작활동을 총괄하는 부서로 코드네임 [사쿠라(サクラ)]의 존재가 밝혀진다^[각주:2].

1987년 5월 7일, 당시 경찰청장인 야마다 히데오(山田英雄, 1932~)는 참의원 예산 위원회에서 [경찰에 대해선, 과거에도 현재도 전화 도청이라는 것은 하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하며 경찰의 개입을 부인했지만, 6월에 가나가와 현경 본부장과 그 직후엔 경찰청 경비국장도 사직. 또한 경찰청 경비사 공안1과장과 사쿠라를 지휘하고 있다고 여겨졌던 이사관이 배치전환됐다. 

또, 경찰청은 검찰에 [두 번 다시 불법 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하였으며 이를 받아들인 지검은 8월 4일 해당 경찰관을 불기소 또는 기소 유예 처분하는 거래를 했다고 알려졌다.

사건 당사자인 오가타는 당연히 이 결정에 불복하였고, 경찰관의 행위가 공무원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며 부심판제도에 부치도록 도쿄지방재판소에 청구했다. 그러나 1989년 3월 14일 대법원은 경찰관에 의한 도청 사실은 인정했지만, 직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여기에 오가타는 국가·가나가와현·도청을 실행한 경찰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 1997년 6월 26일에 도쿄고등법원은 국가와 해당 지방에 404만 엔의 배상을 명령했다.

도청에 관여했던 그룹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경찰관이 조사 도중 갑자기 입원했다가 그대로 급사했다. [자백을 막기 위한 입막음으로 처리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진상은 지금도 불명^[각주:3].

---

<도청 사건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였던 오가타 야스오>

---

[조직적 관여]

수법이나 경찰 조직의 특징 때문에 경찰청 경비국(警察庁警備局)을 중심으로 한, 조직적 범행이 강하게 의심받았다며 당시 국회에서도 거론됐다. 참고인 질문이 열렸고, 보청기 회사의 기사가 [의뢰를 받아 도청기 시제품 제작에 종사했다]라고 증언했으며 검찰도 조직적 범행으로 단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현재까지 조직적인 관여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오가타가 공산당 국제부장이었던 점으로 미루어, 도청에 의한 정보(당 본부나 외국 단체와의 통화 내용) 수집이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

[공무원 직권남용죄에 대한 해당 여부]

1987년 8월, 오가타는 도쿄지검이 불기소로 처리하자 이에 반발하며 도쿄지법에 심판 청구를 했으나 도쿄지방법원, 도쿄고등법원도 오가타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오가타는 대법원에 항고했지만, 해당 사건에서 경찰관의 도청 행위가 공무원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항고를 기각한 것이다.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직권]은 공무원의 일반적인 직무 권한 모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 직권행사한 상대방에게 법률상 사실상의 부담이나 불이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특별한 직무권한을 말하며 해당 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불법행위가 직무권한을 남용하여 이루어졌음을 인정받아야 한다. 즉, 공무원의 불법적인 행위가 직무로서 행해진다 하더라도 직권을 남용하여 행해지지 않았을 때는 해당 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고 반면에 공무원의 불법행위가 직무와 무관하게 행해진다 하더라도, 직권을 남용하여 행해질 때는 해당 죄가 성립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경찰관의 직무로서는 행해지고 있지만, 피의자들은 도청행위 전반을 통해 경찰관에 의한 행위가 아닌 것처럼 가장하는 행동을 취했으며 거기에 경찰관으로 인정받고 있는 직권의 남용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경찰관의 행위가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오가타의 부심판청구를 물리쳤다.

현재는 같은 행위를 하면 범죄 수사를 위한 감청에 관한 법률 30조 1항에 위반하는 행위이며, 해당 항을 위반하는 행위는 3항에 의한 일본심판청구대상이어서 해당 사건 같은 사례의 경우는 심판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

---

[영향]

그때까지 비밀로 여겨졌던 공안경찰의 활동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수사를 담당한 요코하마 지방 검찰청은 가나가와현 경찰로부터 압박을 받아 수사를 철회하지 않을 수 없었고, 도쿄지방검찰청은 불기소처분 결정으로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지검은 같은 시기에 진행하고 있던 후쿠오카현 간다초(苅田町)의 주민세 유용 사건의 수사도 막히면서 [검찰은 경찰에게 이길 수 없다]라고 멸시받아 신뢰는 땅으로 떨어졌다^[각주:4].

이 점에 대해서, 당시 검찰총장인 이토 시게키(伊藤栄樹, 1925~1988)는 회고록에서 [검찰은 경찰을 이길 수 있을까? 아무래도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길 수 있다고 해도, 쌍방에 큰 응어리가 남아 치안 유지상 곤란한 사태가 될 우려가 있다. 그럼 경찰 수장에게 설명해 보자. 목적 여부를 불문하고 경찰 활동에 위법한 수단을 취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꼭 그런 수단을 취할 필요가 있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법을 만들면 좋겠다]고 술회하고 있다.

---

1. 단, 이때 경찰이 증거 인멸을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본문으로]
2. 거점은 경찰대학교 내부였으며, 현재는 가스미가세키 경찰청 내에 [치요다(チヨダ)]로 이름을 바꾸고 존재한다는 소문이 있다. [본문으로]
3. 사인은 [지방간]이라고 발표됐지만, [이것으로 죽는 일은 거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본문으로]
4. 그래서 대한민국에 최근 큰 국가적 이슈였던 조국 전 장관 관련 스캔들을 파고드는 대한민국 검찰을 '국가에 맞서는 최후의 보루'라며 긍정적 평가를 하는 일본인이 많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