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 <8월 15일> 1929년 8월 15일 - 예루살렘, <통곡의 벽 사건>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성지 '통곡의 벽'을 방문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머리에 쓴 모자는 유대교의 전통모자인 '키파(Kippah)'다>

---

- 통곡의 벽 사건(1929 Palestine riots)은 1929년 8월에 영국 위임 통치령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 있는 통곡의 벽에서 발생한 아랍인과 유대인의 무력 충돌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약 1주일 사이에 헤브론^[각주:1]과 제파트^[각주:2]등, 팔레스타인 각지에서 아랍인에 의한 일련의 유대인 습격이 벌어졌다.

19세기 중엽부터 융성한 시오니즘 운동^[각주:3]에 따른 차별에 시달리는 디아스포라^[각주:4] 유대인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이민이 늘어났다. 그리고 드레퓌스 사건^[각주:5]등이 계기가 되어서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의 나라를 만들려는 움직임은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이때 1917년의 밸푸어 선언^[각주:6]으로 영국의 지원을 받으면서 유대인 국가 건설은 훨씬 현실성을 더하게 되었다. 밸푸어 선언 이후 9년 동안 10만 명의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하였고, 팔레스타인의 땅을 소유하는 유대인도 늘어나면서 히브리 대학^[각주:7]이 건설되기도 한다. 더하여 세계 각국 동포들의 지원을 받으며 특히, 정치와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로스차일드 가문^[각주:8] 등 막강한 후원자를 거느린 유대인 정착촌의 급증에 아랍인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

<알아크사 모스크의 모습>

---

여기서 통곡의 벽에 대해서 대략 알아보자면, 서기 70년 로마 제국에 의해서 유대교 예배지인 예루살렘 신전이 파괴됐다. 이러한 파괴를 한탄한다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통곡의 벽은 현재도 남아 있는 신전의 잔해다. 서쪽 외벽이라 서벽(Western Wall)이라고도 불리며, 기도의 장소로 사람들이 언제나 붐비는 장소다. 그러나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각주:9]에서 신전이 있는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점거할때까지 약 1900년 동안이나 유대교 신자는 통곡의 벽에 와서 기도를 올릴 자유는 어려웠다. 한편, 이슬람교도는 672년에 알아크사 모스크^[각주:10]와 692년에는 바위의 돔^[각주:11]을 신전 터에 짓고 이곳을 메카^[각주:12], 메디나^[각주:13]다음인 이슬람교의 3번째 성지로 여기면서, 현재까지도 통곡의 벽을 둘러싼 유대교도와 이슬람교도와의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1928년 9월, 기도할 때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관습이 있는 유대교 신자들은 통곡의 벽에서 진행한 욤 키푸르^[각주:14]의 기도에서 남녀의 경계에 칸막이를 두게된다. 이것을 본 이슬람교도들은 예전부터 정해져 내려오던 [건설 금지]의 항에 위배된다고 항의했다. 항의를 받은 영국 당국은 이를 철거하라고 명령했지만, 유대인 측 또한 성스러운 날을 손상당했다고 분개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예루살렘의 대무프티^[각주:15]였던 아민 알 후세이니(hājj Muhammad Amīn al-husaynī, 1895~1974)는 팔레스타인에 사는 아랍인과 전 세계의 아랍 국가들을 향해 [유대인들이 알아크사 모스크를 점거하려고 한다]라는 전단을 배포하면서 독려하였다.

1925년, 러시아계 유대인인 제브 자보틴스키(Ze'ev Jabotinsky, 1880~1940)는 수정주의 ^[각주:16]시오니즘 연합(Union of Revisionist Zionists, Hatzohar)을 세운다. 수정주의 시오니즘^[각주:17]은 요르단 강 양안을 유대인들의 국가라는 이스라엘 주의를 내걸고, 유럽에서 대량의 유대인 이민을 받아들이고 자기방어를 위해서 유대인 군사 조직 결성을 주장하며, 이에 그치지 않고 목표로 삼았다. 자보틴스키는 수정주의 시오니즘 연합 설립 2년 전인 1923년에 동유럽 라트비아의 리가에서 베타르^[각주:18]라는 청년 운동 조직을 만들었다. 조직원 대부분은 자보틴스키가 나중에 결성한 지하전투조직 이르군^[각주:19]의 멤버가 됐다.

---

<러시아계 유대인 시온주의 지도자, 작가, 군인이었던 제브 자보틴스키>

---

1929년 8월 15일, 유대교의 단식 의식, 티샤 베아브(Tisha B'Av) 와중에 베타르에 소속된 청년 수백 명이 통곡의 벽에 모였다. 제레미아 하펀(Jeremiah Halpern, 1901~1962)의 지휘 아래 그들은 [벽은 우리의 것이다!]라고 외치며, 현재 이스라엘의 국기인 시오니스트 운동의 깃발을 들고, 이후에 이스라엘의 국가가 되는 시오니즘의 찬송가를 불렀다. 영국 식민지 통치정부는 행진을 사전에 보고받았고,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찰에게 엄중한 호위를 지시했다. 이때, 베타르 청년들이 현지 아랍 주민을 공격하거나 예언자 무함마드^[각주:20]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소문이 이슬람교도 사이에서 퍼진다.

다음날인 8월 16일 금요일(무슬림 집단 예배 날), 선동적인 설교를 들은 뒤 당시 영국의 통치 아래에서 이슬람 사회의 최고 감독 기관이었던 이슬람 최고 평의회에 의해서 시위대가 결성됐다. 시위는 통곡의 벽까지 행진하면서 유대교 기도서와 벽틈에 쌓여 있던 소망지를 불태웠다. 이에 대해서 유대인의 항의에 대해 총독대리였던 해리 루크(Harry Luke, 1884~1969)는 [페이지가 태워졌을 뿐, 기도서 전부를 태워버린 것은 아니다]라고 뜨뜻미지근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폭동은 이어졌고, 다음날 부하라 유대인^[각주:21]이 사는 지역에서 유대인 한 명이 숨졌고 그의 장례식에는 정치적 시위까지 벌어졌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8월 20일 하가나^[각주:22]의 리더들이 헤브론에 사는 600명의 yishuv^[각주:23]에게 안전을 위한 호위와 헤브론에서 퇴거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헤브론 커뮤니티의 지도자들은 아랍 명사들이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하가나의 제의를 거절했다. 

금요일인 8월 23일, 두 아랍인이 살해당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아랍인들은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공격했고, 폭력은 곧 팔레스타인의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헤브론 학살이라고 불리는 이 공격으로 유대인 약 65명이 피살됐고, 5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여자들은 강간당했다. 해당 공격을 진압해야 할 영국 식민지 정부는 정작 팔레스타인 전체에서 단 292명의 경찰관과 100명에 못 미치는 군인, 6대의 전차와 5대 또는 6대의 비행기밖에 없었다. 

8월 24일까지 예루살렘에서 17명의 유대인이 피살되었고, 그 밖에 제파트, 모짜(Motza), Kfar Uria, 텔아비브에서도 유대인이 살해당했다. 폭동이 있던 1주일 동안 유대인은 모두 133명이 살해되었고 339명이 부상했다(대부분이 아랍인에 의한 살상). 아랍인은 합계 116명이 살해되었고 232명이 부상했다(대부분은 영국 식민지 경찰·식민지 군에 의해서 사망).

---

<이슬람교도에 의해 살해당한 유대인의 장례식>

---

1. Hebron: 팔레스타인 요르단 강 서안 지구 남부에 있는 도시로 요르단 강 서안 지구에서 가장 큰 도시다. [본문으로]
2. Zefat: 이스라엘 북부 구에 있는 도시로, 인구는 30,100명의 유대교 4대 성지 가운데 하나이며 갈릴리 호 북부에 위치한다. [본문으로]
3. Zionism: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목적으로 한 민족주의 운동. [본문으로]
4. Diaspora: 특정 민족이 자의적, 타의적으로 기존에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 [본문으로]
5. Drefus Affair: 19세기 후반의 수년 동안 프랑스를 휩쓸었던 반유대주의와 이 때문에 희생된 무고한 드레퓌스의 무죄 여부를 놓고 로마 가톨릭교회와 군부 등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이 격돌했던 사건이다. [본문으로]
6. Balfour Declaration: 영국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이 담긴 문서로, 밸푸어 선언이라는 명칭은 1917년 당시 외무장관 아서 밸푸어가 문서에 서명한 데서 기원한다. [본문으로]
7.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1918년에 세워진,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이스라엘의 총리 4명, 노벨상 수상자 15명, 필즈상 수상자 2명을 배출한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다. [본문으로]
8. John Rothschild family: 독일-유대계 혈통의 국제적 금융 재정 가문. [본문으로]
9. Six-Day War: 제3차 중동 전쟁 또는 6일 전쟁은 6월 전쟁, 1967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등으로도 알려졌다. [본문으로]
10. al-Masjid al-Aqṣā: 성전산 남쪽에 있는 은색 둥근 지붕의 이슬람교 사원. [본문으로]
11. Dome of the Rock: 이슬람의 성지이며 예루살렘의 성전산 위에 있는 랜드마크이다. [본문으로]
12. Makkah: 사우디아라비아의 히자즈 지역에 있는 마카 주의 주도이자 이슬람에서 최고로 여기는 성지다. [본문으로]
13. Medina: 사우디아라비아의 히자즈 지역에 있는 마디나 주의 주도이자 이슬람의 두 번째 성지다. [본문으로]
14. Yom Kippur: 유대교의 속죄일이며, 히브리력으로는 티쉬레이월 10일이고 그레고리력에서는 9월 또는 10월에 속한다. [본문으로]
15. Grand Mufti: 수니파 또는 이바디파 이슬람국가에서 종교법상 가장 높은 직책. [본문으로]
16. Revisionism: 존 사상을 해당 사상의 전통적 입지에서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개량, 변질, 수정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이념을 뜻하는 용어. [본문으로]
17. 우파 시오니즘이라고 하며 팔레스타인인들과 무슬림을 배제하고 친미성향이다. [본문으로]
18. Betar: 수정주의 시온주의자 청년 운동. [본문으로]
19. Irgun: 1931년부터 1948년까지 영국 위임통치령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활동한 이스라엘의 시온주의 무장단체다. [본문으로]
20. Abū al-Qāsim Muḥammad ibn ʿAbd Allāh ibn ʿAbd al-Muṭṭalib ibn Hāshim, 571~632: 이슬람의 예언자이며 성사. [본문으로]
21. 중앙아시아에 살면서 부하라어 를 말하는 유대인. [본문으로]
22. Haganah: 1920~1948년, 유대인의 군사 조직으로 이스라엘 방위군의 기초가 되었다. [본문으로]
23. 시오니즘 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1882년 이전부터 살고 있던 유대인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