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러지는 병사(Falling Soldier)는 1936년, 미국의 사진가 로버트 카파 1가 촬영했다고 알려진 사진이다.
<종군기자 당시 로버트 카파의 모습>
[쓰러지는 병사]는 스페인 내전 중인 2공화국 정부(인민 전선)의 병사가 코르도바(Cordoba)의 Cerro Muriano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반군과 싸우다가 총탄에 쓰러지는 것을 사진에 담아낸 것으로, 잡지에 공개된 당시부터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1973)의 [게르니카]와 함께 3반파시즘의 상징처럼 여겨진 사진으로, 당시 22살의 무명에 불과했던 카파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된 사진이기도 하다.
당시의 전쟁터에서 찍는 사진은 4×5인치의 필름을 이용해서 멀리서 찍으며 움직임 없는 사진이 보통이었으나, 카파는 기동성과 셔터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35mm 필름으로 촬영이 가능한 라이카를 이용하여 전장(戦場) 안에서 촬영하였다. 또, 병사가 머리를 맞고 넘어지는 순간을 병사의 전방 근거리에서 촬영한 아주 희귀한 사진, 그리고 카파 본인이 촬영한 사진으로 오랫동안 믿어왔다.
해당 사진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프랑스의 잡지, [Vu]의 표지이다. 정식 제목은 [Loyalist Militiaman at the Moment of Death, Cerro Muriano, September 5, 1936] 으로 1936년 9월 23일에 공개되었다.. 이때 같은 장소에서 찍혔다고 추측되는 2장의 사진이 있었고(상단 이미지), 그중 한 장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지금 설명하고 있는 그 사진이다.
이 프랑스 잡지에 게재된 이듬해, 미국의 시사 화보 잡지 [라이프]의 1937년 7월 12일 호에 게재되면서 카파의 이름인 일약 명성을 얻게 되었는데, 이때는 한 장만 게재되었다. 여기서 사진의 제목은 [DEATH IN SPAIN:THE CIVIL WAR HAS TAKEN 500,000 LIVES IN ONE YEAR]와 4볼드체로 적혀있었다. 사진 아래의 자막에는 작은 활자로 [ROBERT CAPA CATCHES A SPANISH SOLDIER THE INSTANT HE IS DROPPED BYY. A BULLET THROUGH THE HEAD] 5라는 문구가 덧붙여져 있었다.
참고로 해당 작품은 현재 원판이나 해당 원본 사진으로 직접 인화된 프린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몇 개의 복제된 사진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뉴욕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MoMA)에 소장된 것이 원본 사진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카파가 사용한 카메라 중 하나인 독일 콘탁스 카메라>
[논란]
너무나도 사진이 완벽한 점, 머리 부위에 총상을 확실히 확인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카파 자신이 생전에 이 사진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았던 점 등으로 인해서 정말로 총에 맞은 순간을 찍은 사진인지 여부에 대해서 진위 논쟁이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다.
1996년, 스페인의 역사학자 마리오는 피사체의 어깨에서 떨어진 탄창이 수비대 사령관이 특별히 디자인한 것임을 알았고, 해당 전쟁에서 사망한 수비 대원을 조사해서 스페인 정부의 공식 기록으로 페데리코 보렐 가르시아(Federico Borrell García, 1912~1936)라는 이름의 병사로 판명했다. 사망한 병사의 친동생이 이를 인정했으며, 이것으로 진위 논쟁은 잠시동안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2008년, 스페인에서 개봉한 [La sombra del iceberg]라는 다큐멘터리에서 해당 사진은 페데리코가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한편, 2009년 7월 17일 스페인의 [엘 페리오디코 데 카탈루냐] 신문에서 이 사진은 실제로 전투가 펼쳐진 현장에서 약 56㎞ 떨어진 곳인 Espejo 부근에서 촬영되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리고 Espejo 부근에서 교전이 벌어진 것은 1936년 9월 22일에서 25일이었으므로, 이 사진은 실제 전선에서 떨어진 곳에서 촬영되었다고 주장했다.
실제 촬영 장소가 Espejo였다는 것은 스페인 바스크 대학의 오디오 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영상론 교수인 José Manuel Susperregui가 발견하였다. 해당 교수는 2009년 6월 출간한 [Sombras de laFotografía]에서 이같이 밝혔는데, Espejo에는 높이 30m 정도의 언덕이 있는데 그곳이 촬영 장소였다고 특정된 것이다. 그 장소를 찾기위해 이용된 것은 43장으로 구성된 일련의 사진이었다. 해당 사진들은 카파의 유품을 정리하던 담당자가 발견하였고, 그 사진 중에서 바로 쓰러지는 병사가 입었던 흰색 셔츠와 동일한 복장, 동일 외모의 인물 및 같은 풍경을 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카파의 유품 중 발견된 사진에서 찾아낸 해당 병사의 모습>
하얀 셔츠의 남자는 동료들과 함께 웃으면서 두 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도 함께 있었다. 그것으로 [쓰러진 병사]와 43장의 사진은 같은 날, 동일 장소에서 촬영된 것임을 알게되었다. 43장의 사진 속에서 주위 산의 능선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여러장 있었고, 그 능선의 형태가 촬영 장소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쓰러진 병사]의 사진에서는 장소를 특정할 수 없었지만, 동일 장소에서 촬영된 다수의 사진이 발견되었고 거기서 비교적 명확하게 능선이 다수 찍힌 것으로 촬영 장소 파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어서 Susperregui 교수는 Espejo의 전투는 9월 23일로, 피사체는 페데리코가 아니며, 촬영한 카메라도 라이카가 아닌 롤라이플렉스 등으로 추정하였다. 이 사진이 발표된 것은 1936년 9월 23일로, 혹여 이 사진이 정말 전쟁 중에 촬영된 것이라면 이 9월 23일 이전에 이 Espejo의 언덕에서 전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촬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결과, 9월 23일 이전의 Espejo에서 전투는 일절 없었고 반군이 이곳을 공격한 것은 9월 23일 이후의 일임을 확인하였다.
9월 23일 이전에 Espejo에선 겨우 정찰기 1대 온 것으로, 이 사실에 의해서 사실 사진에 나오는 병사는 전투 중이 아닌 단지 훈련 중에 불과했기 때문에 적에게 총을 맞은 적도 없다고 판명한다. 즉,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이 병사는 그냥 뒤로 넘어진 것이지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로버트 카파의 이 [쓰러지는 병사]에 대한 논란과 사실 여부는 명확하게 해결되지 못한 상태다.
<그러게 좀 확실하게 남겨주지...>
- Robert Capa, 1913~1954 [본문으로]
- 스페인 내전은 스페인에서 1936년 7월부터 1939년 4월 1일까지 일어났던 내전으로, 마누엘 아사냐가 이끄는 좌파 인민전선 정부와 프란시스코 프랑코를 중심으로 한 우파 반란군 사이에서 일어났던 전쟁이다. [본문으로]
- Guernica: 스페인 내전 당시 나치군이 스페인 게르니카 지역 일대를 1937년 4월 26일 24대의 비행기로 폭격하는 참상을 신문으로 보고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그림이다. [본문으로]
- 스페인에서의 죽음: 내전은 1년에 5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본문으로]
- 로버트 카파의 카메라는 스페인의 병사가 머리에 총탄을 맞아 쓰러지는 순간을 포착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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