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간에는 옛날 신문기사를 통해서, 10월 11일에는 어떤 소식들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언제나 변함없이 똑같았던 평온한 날이었던 반면에,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을 10월 11일...
지금은 빛이 바랬지만, 어떠한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났을지 당시 기사를 통해서 확인해보시죠.
<좀도둑한명>
[1924년 10월 11일, 동아일보]
- 강원도 인제군 인제면 남북리 191번지에 본적을 두고 초음정 22번지에 사는 이찬규는 토단용 철선 전문절도로 그저께 오후 9시경에도 명치정 일정목 고물상점에서 절취한 토단선 일관 오백메가량을 팔려다가 현장에서 체포되었다더라.
<시내(市內) 통신(通信)>
- 영어(英語)과신설: 시내 재동 84번지에 있는 조선여자강습원에서 이번에 새롭게 영어과를 개설하고, 김세휘 씨를 초빙하여 교수할 것으로 이번 달 15일부터 개학한다고.
- 중앙기독교청년회종교부 주최로 오늘 11일 저녁 8시, 종로중앙청년회관에서 추계음악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 홍경래 강연회: 시내 연지동 예배당에서 오늘 저녁 7시부터 홍경래에 관한 강연을 개최하는데 강사는 김도태 씨라고.
<영예의 우승, 서울군(軍)에>
[1956년 10월 11일, 동아일보]
- 지난 3일부터 7일간에 걸쳐 전국 시도선수들과 재일교포선수들을 포함한 6천여 명 건아들이 시종 [열]과 [힘]을 다하여 호화로운 [미(美)의 제전]을 전개하였던 [제37회 전국체육대회]는 9일 오후 6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종막. 서울특별시가 각 종목 종합성적 1위로 영예의 우승을 획득하였으며 경남이 2위, 그리고 경북이 3위를 차지하였다.
<기업경영·산업기술을 지도>
[1966년 10월 11일, 매일경제]
- 장기영 경제기획원 장관과 국제경영용역단(I·E·S·C) 한국대표 리·H·번스 씨는 국제경영용역단의 초치 활용을 위한 계약을 한·미경제원조협정 및 사업계획서 7001호에 의거 체결하였다.
이 용역단의 목적 및 성격은 개발국의 기업체에게 기업경영 및 산업기술을 지도하기 위하여 일반기업경영 관리 또는 특수산업기술분야에 정통한 미국기업체의 전 중역급 인사와 중견층 현 관리인들로 구성되며, 미국 정부 및 미국 실업인들의 재정적 지원을 얻어 운영되는 비영리단체이다.
한편, 사업방침 및 정책 내용을 보면 1. 사업 기간은 보통 3~4개월로 하고, 2. 초청국 기업체로부터 동 용역단의 현지활동에 드는 경비를 실비 보상받고, 3. 지도사업은 초청국 내에서 습득할 수 없는 분야에 한한다.
그리고 이 용역단의 지도분야는 생산관리, 경영관리, 시장조사, 재무분석, 기타로 되어있다.
<작은 물난리>
[1977년 10월 11일, 경향신문]
- 새벽에 마시는 찬물 한잔의 맛, 오직 그것 때문에 삶을 맛 나게 음미할 수 있었다.
입안에 넘치는 청렬한 감각이 온몸 가득, 그리고 혈관 구석구석에까지 전류처럼 치달을 때면 그날 단 하루도 온 생애보다 더하게 풋풋하게 살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지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먼 옛날의 이야기, 어느 때 잃은 손수건 한 장 정도의 이야기가 돼버렸다.
서울시민 가운데 몇 사람이 무쇠나 플라스틱 파이프로 흘러온 수돗물을 새벽에 그렇게 즐기고 있을까. 몇 군데 없는 약수터나마 그렇게 붐비는 것은 수도꼭지에서의 탈출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우리 집 갈현동의 산언덕에 있다. 나는 어느새 새벽 물 마시는 버릇을 청산했다. 그래도 옛 생각이 간절해 양치질만은 계속하고 있다. 수도꼭지에서 물 받아 입에 넣고서 몇 번 우물거리다가 되 뱉어버린다. 마시지는 못해도 입이나마 축여보자는 속셈이 가엾다.
허나 이제는 그것도 힘들다. 흙냄새처럼 역한 것이 잠에서 깬 고요한 입속이며 목 끝을 마구들 쑤시기 때문이다. 이 일대는 논 속에 묻힌 보조수원지에서 끌어오는 물줄기를 마시고 있기에 더한지 모르겠다. 보리차를 끓여도 씁쓸할 만큼 우려야 겨우 그 흙냄새를 면할 수가 있으니 야단이다.
그런데도 저녁에 집에 돌아가 양치질을 할 때는 사정이 좀 다르다. 제법 물맛이 상쾌하다. 저녁 무렵이라고 갑자기 수질이 변했을 까닭은 없고 보면 물맛의 변화는 내 입이며 목 때문인 것이 분명하다.
시내 공기를 들이켜다가 아리도록 칼칼해진 목이면 소독용 알코올을 붓는데도 오히려 소슬하게 느낄 것이 뻔한데, 그래도 명색이 찬물을 마셨는데야...
이 두 가지의 물맛을 두고 나는 적잖이 당혹하고 있다. 같은 수질의 찬물이나마 변화 있게 마시게 해주는 공기 오염에 감사해야 할지 어떨지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이게 바로 요즈음의 나의 [물난리]다. 물난리라도 빠져 죽을 염려야 없지만, 살맛에 직결되어있고 보니 작기는 해도 난리 치고는 제법 심각한 난리인 셈이다.
이 물난리에 수재민을 구해줄 손길은 어디 없는지 모르겠다.
[김열규(1932~2013) 서강대 국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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